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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amond Heist, 거대한 욕망의 추락극

by 리버네집 2025. 4. 23.

다큐멘터리 / 범죄 실화

넷플릭스 2025년 4월 16일 공개

별점: ★★★★☆ (4.5/5)

 

1.런던 중심에서 벌어진 미수의 전설적 보석 강도 사건

2000년, 런던 템스강 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완공된 밀레니엄 돔은, ‘밀레니엄 스타’라는 이름의 다이아몬드를 전시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화려함 뒤편엔 놀라울 만큼 치밀하게 계산된 거대한 범죄 시도가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 『더 다이아몬드 하이스트』는 이 실제 사건을 극사실주의적으로 재구성하며, 범죄자들과 수사관 양측의 시선을 통해 숨겨졌던 진실을 풀어냅니다.

범죄를 주도한 이는 리 웬햄. 그는 어린 시절부터 범죄 세계에 익숙했지만, 이번 작전은 ‘마지막 한 건’을 노린 인생의 도박이었습니다. 대상은 2천억 원이 넘는 가치를 지닌 203캐럿짜리 다이아몬드. 그와 함께 움직인 인물들, 레이 벳슨, 킴 잭슨, 스티브 코건은 각각 폭파 기술, 차량 탈취, 도주 루트 설계 등 자신의 전문 영역을 맡았습니다. 이들의 계획은 수개월에 걸쳐 준비되었고, ‘작업일’에는 단 20초면 전시장을 박살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런던 경찰청의 플라잉 스쿼드도 이 움직임을 간파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계획 실행 전에 반드시 ‘현장 체포’를 해야만 한다는 입장 아래 작전명 ‘매지션(Operation Magician)’을 전개합니다. 전시장의 모든 경로를 은밀히 장악한 경찰은 범죄 당일, 예상 밖의 시점에 작전을 개시했고, 유리벽을 박살내려던 순간 범죄자들은 포위망에 갇히게 됩니다.

다큐멘터리는 당시 CCTV 영상, 재연 장면, 그리고 사건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정교하게 엮어내며 관객을 2000년 그 현장으로 끌어당깁니다. 단순히 ‘잡혔다’는 사실이 아닌, 그들이 왜 이 길을 택했는지, 그 선택이 어떻게 비틀려갔는지에 집중합니다.

리 웬햄은 감옥에서 “우리는 절대 실패하지 않을 줄 알았다”고 말합니다. 그 말에는 무모함, 오만함, 그리고 어쩌면 한 줌의 절박함이 뒤섞여 있습니다. 도둑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누군가 되고 싶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2. 리 웬햄, 꿈과 절도의 경계에 선 사내

리 웬햄. 이 이름은 한때 런던 암흑가에서는 곧 ‘행동하는 전략가’로 통했습니다. 그는 남들과는 달리 조용했습니다. 큰소리도, 허세도 없었지만, 일을 시작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고집이 있었습니다. 이 다큐에서 그는 얼굴을 드러내고 자신의 지난날을 처음으로 털어놓습니다. 구겨진 셔츠, 움찔거리는 눈빛, 그러나 간간이 스치는 회한이 그의 표정을 채웁니다.

리와 함께 움직였던 레이 벳슨은 전형적인 ‘현장형 행동가’였습니다. 그는 무기로 문을 부수고, 차량을 훔치고, 때로는 상황을 과감하게 돌파하는 데 특화된 인물이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성격은 달랐지만, 목표 하나로 뭉쳤고, 그 목적은 ‘밀레니엄 스타’였습니다. 서로의 속도는 달랐지만, 신뢰는 확고했습니다. 적어도, 체포되기 전까지는.

다큐멘터리 후반부에 등장하는 레이의 육성은 무겁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그날, 경찰은 우리를 죽이진 않았지만, 끝장냈지.” 이 말에서 우리는 그들이 단지 도둑이 아니라, ‘한 번도 선택받지 못한 자들’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그들은 범죄자였지만, 사회의 바깥에서 벗어나려는 불완전한 인간들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 다큐는 범죄자 못지않게 경찰 팀에도 집중합니다. 플라잉 스쿼드의 수사 책임자였던 콜린 맥긴리스 경감은 이 작전을 ‘커리어의 정점’이라 말합니다. 그는 치밀한 인내와 첩보망, 내부 정보원의 활용을 통해 이들을 지켜보았고, 결국 그 순간을 완벽하게 잡아냈습니다.

다큐는 그들의 관계와 심리적 거리, 사건 이후의 삶까지도 조명합니다. 누군가는 교도소에서 모범수가 되었고, 누군가는 여전히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며 살아갑니다. 선택이란 것이, 죄의 무게를 모두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 작품 전반을 관통합니다.

 

3. 실패한 절도극, 완성된 인간 서사

『더 다이아몬드 하이스트』는  ‘왜 그들이 그런 선택을 했는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던지는 사회적 다큐멘터리입니다. 범죄란 행위만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는 수많은 결핍과 왜곡, 그리고 때로는 절박함이 존재한다는 점을 냉철하게 짚어냅니다.

연출은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되, 범죄자의 말만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경찰, 목격자, 당시의 언론까지 폭넓게 담아냅니다. 특히 재연 장면과 실사 영상을 절묘하게 배치해 몰입감을 높이며, 리 웬햄의 고백은 관객에게 ‘범죄자의 언어가 아니라 인간의 언어’로 다가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잊히기 쉬운 범죄자들의 ‘사람으로서의 이야기’를 소외시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절도라는 사건은 실패했지만, 그 사건을 돌아보는 방식에서는 실패가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수많은 이들이 가지 못했던 진실의 길입니다.

넷플릭스는 『더 다이아몬드 하이스트』를 통해, 다시금 다큐멘터리가 단순한 기록이 아닌, 인간의 감정과 사회 구조를 재조명하는 강력한 서사 매체임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실패한 절도극을 통해, 한 시대의 이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단순한 범죄 다큐멘터리가 아닌, 인간의 욕망과 선택을 있는 그대로 마주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