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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 조용한 울림이 남는 다큐멘터리

by 리버네집 2025. 4. 21.

1. 진짜 어른의 삶을 알고 싶은 당신에게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는 단순한 감동을 넘어서, 삶의 본질과 어른다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경남 진주에서 평생을 한약방 ‘남성당’을 운영하며 조용히 사회를 변화시킨 김장하 선생의 삶을 담담히 따라갑니다.

김장하 선생은 가난한 이웃에게 약값을 받지 않았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며 삶을 바꾸는 데 이바지했습니다. 그는 보여주기식 선행이나 외적인 인정보다 진심 어린 실천을 중요시했고, 이 철학은 그의 삶 전체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김장하 선생을 직접 인터뷰하거나 클로즈업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회고, 남겨진 기록, 그리고 그의 발자취가 담긴 공간을 통해 서사를 전개합니다. 카메라는 조용히 그의 자취를 따라가며,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느끼고 해석하게 합니다.

그가 기부한 장학금은 수천 명의 학생들에게 전달되었고, 그 학생들은 사회 각지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며 또 다른 나눔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선순환은 단순한 돈의 흐름을 넘어서 철학과 태도의 전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그가 수상이나 명예를 모두 거절했던 이유에 대해 특별히 설명하지 않지만, 그의 침묵이야말로 더 큰 진정성을 보여줍니다.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목소리보다 조용한 실천으로 세상에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장례식마저 소박하게 치르기를 원했던 그의 유언은 끝까지 ‘나’를 드러내지 않겠다는 철학의 연장이었습니다. 가족조차 그의 장학금 내역을 사후에야 알게 되었고, 사람들은 그의 깊이를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어른 김장하’는 스스로를 포장하지 않고, 타인을 위해 자기 삶을 묵묵히 바친 한 사람의 초상입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그 삶은 깊고 단단했습니다. 이 작품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2. 소리 없이 실천한 진짜 어른

김장하 선생은 1944년 경상남도 사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어린 시절은 넉넉하지 않았고, 생계를 위해 일찍부터 일을 하며 가족을 도왔습니다. 학업을 마치지 못한 그는 진주로 내려와 약업을 배웠고, 한약사 자격을 취득하여 젊은 나이에 자신의 약방을 열게 됩니다.

그가 ‘남성당’이라는 이름의 한약방을 연 것은 1969년의 일입니다. 이곳은 단순히 약을 파는 곳이 아니라, 진심 어린 위로와 실천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는 시장 인근에서 약을 짓는 동시에 수많은 이들의 고통을 들어주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는 약값을 받지 않았습니다.

김장하 선생은 일평생 결혼하지 않았습니다. 가족도 없이 혼자 살면서 검소한 생활을 이어갔지만, 그는 외롭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주변 사람들과 지역 사회에 더 많은 애정을 쏟았고, 이를 실천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항상 “돈은 흩어야 거름이 된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수익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했습니다.

그가 시작한 장학사업은 단발성이 아니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이어졌고,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한 채 장학금을 받은 학생만 수천 명에 이릅니다. 이 학생들은 김장하 선생의 도움을 통해 학업을 이어가고, 각자의 자리에서 또 다른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기부에 대해 침묵을 지켰습니다. 장학재단도, 기부금 내역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조차도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그 규모를 알고 놀랐다고 합니다. 그는 오직 실천만으로 신념을 지켜냈으며,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감독은 이 인물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대신 주변인의 인터뷰, 그가 살던 집과 약방, 그가 남긴 장부와 기록을 통해 그의 삶을 구성합니다. 배우가 연기하지 않아도 감동은 오롯이 전달됩니다. 그의 삶 자체가 곧 한 편의 서사이기 때문입니다.

김장하 선생은 말 그대로 ‘조용한 영웅’이었습니다. 그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지만, 그의 삶은 수많은 이들의 삶을 바꾸었고, 이 지역 사회에 하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영화는 그의 인간적인 깊이와 철학을 진심으로 전달하며, 관객에게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3. 울림은 조용히 오래 남는다

‘어른 김장하’는 단지 한 사람의 생애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으로 하여금 ‘어른’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금 묻게 만드는 힘 있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영화는 겉으로 보이는 업적보다 내면의 철학과 삶의 태도에 주목하며, 조용한 울림을 전합니다.

김장하 선생은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생전에 단 한 번도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았고, 상을 받거나 공로를 인정받는 자리에 서는 것조차 거절했습니다. 그는 말 대신 행동으로 자신을 증명했고, 나눔이란 무엇인지 온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영화는 화려한 연출이나 극적인 전개 없이, 오직 그가 남긴 자취와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의 삶을 복원합니다. 그 진정성이 오히려 더 깊은 감동을 자아냅니다. 보는 이들은 마치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천천히 넘겨지는 삶의 기록 앞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묵직한 질문과 마주합니다.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나도 누군가의 김장하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영화는 이런 질문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고, 조용한 연출을 통해 스스로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나게 합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은, 영화가 보여주는 ‘지속 가능성’입니다. 김장하 선생의 나눔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삶 전체에 녹아 있는 철학적 실천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철학은 지금도 지역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삶의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진짜 어른이란 큰소리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없이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관객은 김장하라는 인물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어른 김장하’는 말 그대로 ‘진짜’를 보여줍니다. 진짜 나눔, 진짜 헌신, 진짜 철학. 이 모든 것을 관객에게 억지로 설명하지 않고, 스스로 느끼게 만듭니다. 그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입니다. 조용한 여운은 오래 남고, 삶의 기준을 다시 세워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