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내가 죽어야 당신이 산다. 나는 누구인가?
먼 얘기 같지만, 은근히 현실적인 얘기다. 우주는 멀고, 죽음은 가깝다.
미키라는 남자, 아니 정확히는 ‘복제 인간’. 얘는 죽으라고 만들어졌다. 위험한 거? 다 미키한테 시키면 된다. 죽으면 새 몸에 똑같은 기억 심어서 다시 부활.
그런데, 이번엔 이상했다. 미키17이 죽은 줄 알았는데… 안 죽은 거다. 근데 시스템은 벌써 18번째 미키를 깨워버렸고, 둘이 동시에 존재하게 된다.
그러면 누가 진짜냐? 둘 다 같은 기억을 가진 같은 인간인데. 사람들은 시스템을 믿는다. 미키18이 ‘정상’이라고. 그럼 미키17은 뭔데? 폐기물? 고장난 감정?
이제 그는 선택해야 한다. 조용히 사라지거나, 스스로가 살아있다고 외치거나. 그리고 그 외침은, 꽤 시끄럽다. 우리가 지금껏 무심히 넘겨온 ‘존재’라는 단어가, 이 영화 안에선 자꾸 가슴에 걸린다.
2. 미키17의 심리
미키17은 처음엔 그냥 시키는 대로 했다. 죽으라고 하면 죽었고, 살아나면 또 나가서 일했다.
근데 문제는 기억이 남는다는 거다. 죽은 순간의 고통, 두려움, 외로움. 그게 머릿속 어딘가에 쌓여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안 죽은 거다. 이게 시작이었다.
자기 대신 만들어진 미키18을 보면서,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그 전까지는 그런 질문조차 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생각한다. 감정도 생긴다. 억울하고, 화나고, 무섭고.
하지만 시스템은 그런 그를 이상하게 본다. 규정에 어긋난다며, 제거하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점점 더 ‘인간’이 되어간다. 그 과정이 참 묘하다. 인간이라는 건 뭘까? 기억? 감정? 아니면 그냥… 살아있고 싶은 마음?
미키17은 이제 선택한다. 끝까지 살아보고 싶다고. 그것도 ‘나로서’ 말이다.
3. 총평
사실 이 영화, 처음 예고편 봤을 땐 그냥 또 하나의 SF겠거니 했다. 우주 나오고, 복제인간 나오고, 그래픽은 또 화려하겠지 뭐.
근데 막상 보고 나니까 머릿속이 좀 복잡해졌다. 이건 그냥 스펙터클이 아니더라. 조용한 질문 하나 던지고, 대답은 관객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너는 누구냐?’
영화 속 미키17은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계속 흔들린다. 그리고 그 모습이 우리랑 그렇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우리도 어쩌면, 시스템이 정한 틀 안에서 ‘자기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고 있잖아.
로버트 패틴슨, 진짜 잘했다. 감정 표현이 많지도 않은데, 그 눈빛 하나로 다 보여준다. 봉준호 감독의 연출도 여전하고.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말은 많지 않은데, 생각은 많아진다. 뒷맛이 진하다. 묵직하고, 뭔가 할 말을 삼킨 것 같은 느낌.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좀 아까울 정도로, 이건 조용히 앉아서 봐야 하는 영화 같다.